[낱말속 사연]
술 권하는 사회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게다. '고주'와 '망태'가 합쳐진 복합명사다. '고주'는 '몹시 독한 술, 고주(苦酒)' 혹은 '술장수, 고주(沽酒)'라는 설이 있다. '술, 기름 등을 짜서 밭는 틀인 우리말 고조'에 망태가 붙으면서 발음 편의상 '고주'로 변한 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망태'는 망(網))태기의 준말로 '가늘게 꼰 새끼나 노로 촘촘히 엮어 만든 그릇'이다.
그러니까 고주망태는 독한 술이 담겨 있는 보존용기이거나 술장수가 판매목적 등으로 술병을 담고 다니는 운반도구임에 분명하다. 술을 여과하는 틀에 망태기를 올려놓거나 술병을 운반하는 형상이기도 하다. 술이 담겨 있거나 고조 위에 있는 망태의 상태가 어떠할까. 이 같은 망태기가 술에 몹시 취해 있는 사람을 비유하는데 사용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마치 소금에 절여져 숨이 죽은 배추를 생각하면 사람들의 고주망태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
고주망태는 크게 두 가지 행위를 보인다. '곤드레만드레'와 '인사불성'. '곤드레'는 강원 지역 산에서 제멋대로 자라는 산나물이다. 술에 취하면 또 하나의 특성이 정처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회(徘徊)라고나 할까. 이 배회가 제멋대로 서식하는 '곤드레'와 연상돼 고주망태와 동급으로 사용되고 있다. '만드레'는 그냥 운을 주기 위한 췌언(贅言)이다. 인사불성(人事不省)은 술을 너무 마셔 정신을 잃고 사리분별 의식이 없는 상태다. 고주망태의 최상급라고나 할까.
'곤드레만드레'는 그래도 풍류가 있고 기분이 좋은 상태로 상대방 등에 불쾌감을 줄 수 있지만 크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 반면 '인사불성'은 자칫 중대한 실수로 이어지거나 법을 어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