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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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축
  • 충청투데이
  • 승인 2016년 03월 01일 18시 41분
  • 지면게재일 2016년 03월 02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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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각축(角逐). '각(角)'은 '서로 뿔을 들이밀며 다투고 겨루다', '축(逐)'은 '쫓다'는 뜻이다.

축(逐)의 '시(豕)'는 멧돼지 갈비뼈와 꼬리의 상형이다. 뿔이 있는 동물의 무기는 뿔이다. 멧돼지는 이빨과 발이 무기다. 이 동물들은 뿔로 들이받거나 이빨로 물어뜯고, 쫓고 쫓기면서 죽기 살기로 싸운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승부를 겨룬다. 주로 각축지세(之勢), 각축전(戰), 각축장(場)으로 쓰인다.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 공자(公子:지체 높은 집안의 자제) 위모가 조(趙)나라 왕을 만났다. "치국의 도리가 무엇입니까" 조왕이 물었다. 당시 조왕은 장인(匠人)을 시켜 비단으로 모자를 만들도록 하고 있었다. "비단을 중하게 여기듯이 나라를 다스리면 됩니다" 쌩뚱 맞은 답변에 화가 난 조왕은 "비단을 중하게 여기듯 이라니, 이게 뭔 헛소리여"라고 입속에서 얼버무리며 "선왕께서 맡기신 국가대사를 어찌 가볍게 처리하겠습니까"라고 답했다. "화내지 마시고… 왜 시종 대신 장인에게 모자를 만들게 합니까" 위모가 되물었다. "시종이 모자를 만들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조왕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위모가 말을 이었다. "모자를 잘못 만든다고 나라가 큰일이라도 납니까. '나라 다스리는 장인'을 '모자 만드는 장인'처럼 대우하지 않으니 나라가 잘 될 일 있겠습니까. 나라 망치는 일이죠. 선친께서는 '나라 다스리는 유능한 장인'을 선발해 진(秦)과 ‘쫓고 쫓기는 싸움(角逐)’에서 이겼습니다<戰國策>" 위모가 유능함 대신 총애를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해 나라를 망치고 있는 조왕에게 한 충고다. 여기서 각축이 탄생했다.

요즘 정치상황이 각축이다. 총선 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피 튀기는 경쟁이다. 영양가 없는 소모전이다. 북핵을 빌미로 미·중(美·中)이 한반도를 놓고 각축(角逐)에 들어섰다. 제각각 속셈이 있다. 왜국(倭國)도 각축에 끼어들고 있다. 한반도가 서양 열강의 각축장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참으로 이래저래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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