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도 않을 약속 반복… 세금이 아깝다” 날선 비판

2일과 3일 신년을 맞아 새로운 각오로 문을 여는 충청권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들은 ‘정치인’에 대한 답변이다.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생계 걱정’을 하고 있었고, 정치에 대한 질문에는 날카로운 답을 쏟아냈다.
▶관련기사·사설 5·21면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 불신을 넘어 정치 혐오로까지 번지는 양상이 뚜렷했다. 한 상인은 “명절, 선거 전이나 돼야 시장에 얼굴 비치고 우리를 걱정하는 척 하지만 당선 되고 나면 우리를 위해 해주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이제 정치인들은 보기도 싫다. TV도 안 본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택시기사 최모 씨는 “요즘은 손님들과도 정치얘기를 하면 대부분 싸우게 되니 기사들도 최대한 정치얘기는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IMF 외환 위기가 다시 오네 마네’하는 소문이 무성한데 정치인들은 한가해보여 참으로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정치 혐오의 확산은 정치인들이 서민의 삶 보다는 자신의 밥그릇을 챙긴다는 인식이 시민들의 뇌리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전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최모(72) 씨는 “내가 대전 토박이인데 대전 국회의원들 대대로 대전을 위해 큰 소리를 낸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자민련, 자유선진당 없어지고 나서는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이 영호남 이익에 목소리를 높여 싸우더라. 막상 대전 사람들도 살기 힘든데 다른 지역 사람들 위해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모(71) 씨 역시 “밑을 보는 사람이 없다. 다 위에 잘보여서 자기만 한 평생 잘 살려고 하지 뽑아준 사람들을 챙기는 정치인이 없다”며 “그게 다 공천 받아서 또 해먹으려고 눈도장 찍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모르는 이들도 상당했다. 지역의 한 대학생 이모(25) 씨는 “(현직 국회의원이)선거 전에 대학 등록금 반값으로 낮춰준다고 악수한 사람들 중 하나 아니겠나”라며 “어차피 약속하고 지키지도 않을거면서 다음 선거에서 또 똑같은 약속을 할 사람들일 뿐”이라고 했다.
직장인 김모(38) 씨 역시 “충청권 정치인들 중 좋은 내용으로 언론에 나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 다들 중앙무대 가면 힘 있는 정치인들에게 붙는 아첨꾼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인지도도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고 지역구에 와서는 목에 힘주고 다니는 것을 보면 세금이 아까울 따름”이라고 비꼬았다.
이 같은 정치혐오 확산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 역시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지역 정계 인사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혐오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시민들의 삶은 어려운데 정파적 싸움을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이 같은 정치혐오 확산까지 계산에 넣고 유불리를 따지겠지만 장기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시민의 저항의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할 때 시민을 보듬는 ‘행동’이 실천돼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