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관련 사건 이후 51년만에 ‘피고’ 신분 재판
예비후보, 승소 기대하면서도 압박용 카드 인식하는 분위기
국회의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총선 예비후보들이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작위(不作爲·해야할 일을 하지 않음) 위법 확인 소송이 서울행정법원 합의부에 배당됐기 때문이다.
임정석·정승연·민정심 씨 등 예비후보 3명은 지난 4일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국회 의정 활동과 관련해 피고를 '국회'로 적시한 행정소송은 1965년 ‘한일협정 비준동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된 사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는 2001년 선거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을 때 2004년 17대 총선을 불과 1개월 앞두고, 겨우 선거구를 조정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국회를 상대로 한 부작위 위법 확인 행정소송은 없었다.
국회가 피고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것이 51년 만에 처음인 만큼 사법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부작위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고, 지난해 제기됐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의 부작위 책임을 묻는 소송은 각하됐다.
이처럼 국회를 상대로 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의 전망은 엇갈린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이 안돼 선거운동을 원활히 진행할 수 없는 예비후보들은 “재판까지 가면 승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으면서도 물리적 시간 부족과 국회가 피고라는 점을 들어 일종의 ‘국회 압박용 해프닝’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현역 국회의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한 명백한 부작위임이 틀림 없는 사안”이라면서도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부족하고, 3권분립 하에서 국회를 상대로 과연 사법부가 ‘개입’을 하려할 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와 별개로 민병덕 예비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 금지 행정처분 취소 및 효력정지 신청'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특별취재반